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음성인식 시장에서 독자 기술로 자리를 잡은 토종 스타트업이 있다. '다글로'를 개발한 액션파워가 그 주인공이다. 액션파워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STT) 서비스를 내놓으며 창업 당시부터 자체 기술 개발에 몰두해왔다. AI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기에 음성 AI 기술을 알아보고 시장을 겨냥한 선제적 행보였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이지화 액션파워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창업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창업 당시 한국어에 최적화된 모델은 사실상 없었다"며 "구글 등 글로벌 기업도 음성인식을 하고 있었지만 한국어 성능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실제로 한국어에서는 우리 모델이 더 성능이 뛰어났다"고 회상했다. 액션파워의 연구개발 역량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액션파워 연구진은 ACL, 콜링(COLING) 등 세계적인 학회에 매년 수 편의 논문을 게재해 왔으며, 지금까지 누적 15편 이상의 학술 논문과 70여 건이 넘는 국내외 특허를 확보한 상태다. 이 같은 그간의 경험과 성과로 인해 AI 관련 모델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도 액션파워는 독자 모델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빅테크가 제공하는 우수한 범용 모델을 일부 활용하긴 하지만, 자체 모델 개발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액션파워가 집중하는 두 가지 키워드로 경량화와 개인화를 꼽았다. 첫 번째 경량화에 관해 그는 "모델을 점점 더 작게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고, 모바일이나 노트북 같은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폐쇄망에서도 쓸 수 있도록 자체 모델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배경에는 기술 의존도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오픈AI 같은 회사가 갑자기 API(앱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 비용을 인상하거나 서비스를 종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자체 기술을 내재화해야 자주성과 주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축은 개인화 전략이다. 다글로는 지금도 단순 음성 변환을 넘어 회의록, 강의 기록, 인터뷰 등 여러 형태의 자료로 분석하고, 수십 가지의 템플릿을 도입해 사용자가 손쉽게 자신만의 회의록을 정리하고 강의 내용을 요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GPT, 그록 등 주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통합적으로 이용하고 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통합 AI 에이전트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향후 이용자 데이터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한층 더 확장된 개인 맞춤형 지식 관리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대학생 사용자가 수업 때 작성한 리포트나 수업 내용을 모아 취업 준비 과정에서 자기소개서 작성에 활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해주는 등 사용자로부터 직접 관련 수요를 확인하게 됐다"며 "다글로에 데이터가 쌓이기만 하면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AI 모델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식 관리 서비스로 진화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 그는 1세대 AI 스타트업 대표로서 여러 고민을 갖고 있을 초창기 스타트업들에 조언을 전했다. 이 대표는 "최근 AI 개발 속도가 크게 빨라지면서 스타트업 환경은 더 치열해졌다. 오픈AI나 구글 같은 빅테크는 아주 빠른 속도로 신규 기능을 추가하며 제품을 만든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는 스타트업에 필요한 생존 전략으로 '틈새 집중'을 꼽았다. 그는 "액션파워도 여전히 스타트업으로서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앞으로 이들이 하지 않을 영역은 무엇일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빅테크들이 못 하는 영역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조언했다.